“그러세요 그럼. 우리 딸한테 아이스크림이나 사주게.” 나머지 한쪽 팔을 꿰다가 조각은 멈칫했다. 딸이라는 한음절의 낱말이 귓바퀴에서 아이스크림처럼 흘러내렸다. (p.89)

 

대놓고 애정이라고 하기엔 이 일의 성격상 좀 뜨악한 표현이고 몸을 움직여 일하는 데 대한 집념이나 원년 멤버로서의 집착 내지는 나 아니면 할 수 없단 식의 고집이라고 부르기에도 적절치 않은, 말하자면 탯줄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p.92 - p.93)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 조형과 부착으로 이루어진 콜라주였고 지금의 삶은 모든 어쩌다 보니의 총합과 그 변용이었다. (p.128)

 

그것은 기억과 호환되지 않는 현재였고 상상에 호응하지 않는 실재였으며, 영원히 괄호나 부재로 남겨두어야만 하는 감촉이었다. (p.131)

 

지금 터지면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될 것이고 그러면 다시 일어날 수 없으리라는 확신에, 딸꾹질과 함께 목울대를 타고 넘어오는 울음을 늘키면서, 그러는 동안 머리꼭지를 태웠던 피는 어느새 제자리를 찾아가더니 바닷속을 유영하는 멸치 떼처럼 몸속을 떠다녔다. (p.167)

 

과육에서 떨어져 나온 사과껍질 같은 생의 잔여를 가까이서 들여다본 것이다. (p.178)

 

다만 자기의 말들이 조악한 질감과 형태가 있어서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대로 과자처럼 바스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p.206)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것을 소유할 수 있다면. 언감생심이며 단 한순간이라도 그 장면에 속한 인간이 된 듯한 감각을 누릴 수 있다면. (p.211)

 

“너도 나도, 지켜야 할 건 이제 만들지 말자.” (p.244)

 

지금이야말로 주어진 모든 상실을 살아야 할 때.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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