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장사는 교양을 파는 장사가 아니라 묵직한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장사거든." (p.37)

 

 "경의중앙선에 속박된 불쌍한 정념아, 살아 있는 사람을 건드리지 마라!" ··· "끼긱... 나는 2주일 전 홍대에 약속이 있어 백마역에 발을 들였지.... 끼기긱... 하지만 열차는 지금까지 오지 않았어! 너도 곧 여기에 속박..." (p.41 - p.43)

 

 경의중앙선을 타려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렇게 영혼을 빼앗긴 모습이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물론 긴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출근을 해야 한다는 괴로움 등으로 상당히 고통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기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오지 않는 열차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영혼과 생기, 그리고 지성까지 잃어버린다고 한다. (p.50)

 

 막다른 곳에 몰렸던 소현은 윤리 규정 덕분에 많이 진정한 것 같아. 왜, 실험 동물들을 다루는 데 대한 여러 윤리적인 규칙들이 있잖아. 필요 없는 고통을 주면 안 되고, 가능한 희생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고. 사실 그런 규정이 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어차피 죽는 건 매한가진데 말이야. 사람들이 자기를 윤리적으로 대하려고 노력하는 걸 알기나 하겠어? 그러니까, 그건 결국 전부 실험자를 위한 규정이야. 실험자가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한결 편해지거든. (p.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