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알리바이란 현장에 없었다는 걸 설명하는 부재의 증명이라면서? 부탁이 있어. 네가 그 사진 속에 없다는 걸 증명해줘. 너는 다른 곳에 있어야만 해. 그래야 우리의 죄로부터 결백해질 거 아냐. 어서 도망쳐. 너를 속박하는 시계와 사진, 그리고 우리의 아버지로부터. 죽은 자의 저주가 산 자의 운명을 파멸시키지 못하는 태초의 죄없는 시간으로 가란 말야. 그래. 엄마의 첫번째 사진 속으로…… 나? 나는 이미 틀렸어. 팔이 빠진 것도 모르고 렌즈를 쳐다보며 울고만 있잖아. 나는 여기 그냥 시간의 그림자 속에 남아서, 너한테 가지 못하도록 세번째 사진 속의 시간을 붙들고 있을게. 너, 가고 있지? 어서! 이 사진 속에서 도망쳐야 해. 가고 있지? 가고 있는 거지, 내 사랑……
뭐라구? 아예 없어져버렸다구? 오, 안돼!
/은희경,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