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했으므로 내 모든 것이 재만 남았더라도

사랑하지 않아 나무토막 그대로 있는 것보다는 낫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말이야 얼마나 그럴 듯한가. 장작이야 원래 때라고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은 손만 쬐고 훌쩍 일어서는 데야.

마음까지 데우지 못했던 내 화력을 탓해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해 보았지만

그것은 또한 못내 억울한 일이었다.

언제까지 너는 눈부시고 나는 눈물겨워야 하는가.

대체 어디까지 끌고 가야 하는지, 나는 버린다고 했지만

결코 버려지지 않는 내 삶의 숨결 같은 것이여.

 

/이정하,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